동대문, 불야성이 사라진다
동대문, 불야성이 사라진다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22.02.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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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60년 이래 첫 주간영업 변경 고려중
업계, 1호 상가 누가되나 시간 변경에 촉각

 에이피엠 플레이스(apM PLACE) A매장은 SNS 등 온라인을 통한 매출 비중이 최대 80%에 이른다. 10여년 동대문에서 3개 매장을 운영했으나 현재 1개만 운영 중이다. A매장 사장은 1~2년 신입직원에 300만원 넘는 월급을 내세워 봤지만 4개월 동안 2명 면접을 봤다. 그는 “2018년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로 계속된 상황이다. 코로나 이후 직원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동대문 의류 도매 쇼핑몰은 이커머스 발달과 인력 확보 어려움 등에 영업을 낮시간대로 변경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사진=정정숙 기자

동대문 도매 시장의 영업시간 변경이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향후 도매 쇼핑상가들이 잇따라 시간 변경에 나설지 상인과 상인대표는 시름이 깊다. 동대문 의류 도매 쇼핑몰 에이피엠(apM), 에이피엠 플레이스(apM PLACE), 에이피엠럭스(apM Luxe)를 운영 중인 APM그룹은 “지난달 28일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 B2B 도매 쇼핑몰을 시작한 지 23년 만에 영업시간을 밤(오후 8시~다음날 새벽 5시)에서 낮(오전 10시~오후 6시)으로 변경하고 2월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월10일 현재 APM그룹은 주간(오전 9시~오후 6시) 영업을 보류키로 했다. 현행처럼 밤 시간(오후 8시~ 다음날 새벽 5시) 영업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에이피엠 한 임원은 “감염병 전문가들은 3월 코로나 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확진자 폭증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낮 영업 시간 변경이 조심스럽다”며 “추후 다시 공지하겠다” 고 말했다.

APM이 당초 주간 영업 의지를 밝힌 배경에는 고객 구매 행태와 경기 침체의 영향이 있다. 동대문은 사드사태 이후 외국인이 동대문 매장을 찾는 빈도수가 줄었고 코로나 19가 닥치면서 도매상인의 경영 상황이 더 악화됐다. 특히 2018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밤시간에 일할 직원 채용은 더 힘들어졌다. 온라인 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상가를 찾는 대면 영업보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모바일앱을 통한 상품 구매 바이어가 늘어나는 비대면 영업이 늘었다. 수익은 줄어드는데 직원 채용은 어렵고 직원들은 주 52시간 등 워라벨 요구가 늘고 있어서 진퇴양난이다.

남평화상가 한 상인은 “코로나 확산세로 APM그룹이 낮 시간대 영업을 잠시 보류했지만 매출 지배력이 큰 상가가 주도적으로 상권을 변화시켜야한다. 점점 밤 장사를 할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며 “도매 매장도 소매와 마찬가지로 라이브방송과 SNS 등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 수 있는 매장으로 변모하는 시대다”고 말했다.

APM 상가가 촉발한 동대문 주간 영업에 대한 반향은 동대문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동대문 시장은 원부자재 업체, 디자인 회사, 봉제공장 도소매 상가들이 최대 30분 이내에 밀집돼 있는 최대 의류 산업집적지다. 사입삼촌(도매 의류 주문과 배송을 대행하는 중간 상인)과 사입 업체 및 온라인 기업, 인터넷 쇼핑몰, 오프라인 의류 매장 사업가들이 오늘 밤 제품을 사면 다음 날 바로 매장에 팔 수 있는 시스템이다. 활황기였던 1990년대는 각 지방에서 장차(전국 각지에서 오는 대절버스)가 거리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이에 동대문 도매 상권은 새벽 1~2시 매출 비중이 높다. 온라인이 성장하면서 SNS, 모바일앱 등으로 제품을 사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영업시간이 변경되기 시작했다.

■인력부족·온라인 플랫폼 성장으로 판매 방식 변화가 원인
동대문 의류 도매 쇼핑몰 에이피엠(apM), 에이피엠 플레이스(apM PLACE), 에이피엠럭스(apM Luxe)가 불씨를 당긴 영업시간 변경(보류 상태)은 동대문 시장이 형성된 60년 이래 시장 판도를 바꿀 새로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남평화상가는 2월 첫째주 영업시간 변경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으나 낮 시행까지 지켜보자는 논의가 있었다. 혜양엘리시움, 광희패션몰 등 밤시간 영업을 하는 상가들도 에이피엠의 낮시간 운영을 본 이후 조정을 생각해본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중현 동대문패션타운관광특구협의회장은 “동대문 시장 영업시간 변경 논의는 4~5년 전부터 있었다. 코로나19가 구매 형태 변화를 더 가속화 시켰고 외국인 바이어가 줄어들면서 영업 시간 변경이 앞당겨졌다”며 “판매는 물류와 고객 구매 흐름이 바뀌면 그에 따라 움직인다.

앞으로 물류와 고객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상권 전체가 가장 효율적인 영업시간과 시스템을 찾아낸다면 동대문 60년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정부는 기동본부 등 공간을 활용해서 상권 변화를 지원해 도와줄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크노상가, 주5일제 시범 운영
현재 동대문 도매 상가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주 6일 운영이 대부분이다. 밤 8~9시에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5~6시와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동대문 상가 등은 오전 9~10시에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업계에서는 야간 시장의 한계가 이미 도달 했기 때문에 동대문 도매 상권의 영업시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테크노상가는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3월 먼저 영업시간 조정에 들어갔다. 밤 12시에서 다음날 낮 12시까지 문을 연다. 변경전 밤 9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했다.

올해는 선제적 주 5일 근무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 상인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행보다. 1월부터 3월까지 3달간 매주 마지막주 금요일 휴무 시행에 나섰다. 이를 위해 테크노상가 지주들은 임대료를 전체적으로 30~40% 인하해줬다. 하루 문을 닫으면서 떨어지는 매출에 대한 힘을 보탠다는 의미다.

동대문 도매상가들이 영업 시간을 낮시간대로 변경할 경우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고객 특성이 달라 매출이 한시적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와 도매와 소매상들의 충돌과 주말 물류 차질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대문은 도매와 소매 상인 뿐만 아니라 사입삼촌, 해외바이어, 물류 등 여러 변수가 많고, 고려할 상황이 많아 영업시간 변경이 쉽지 않다”며 “그러나 코로나로 매출이 떨어지고 빈 매장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영업시간 변화는 동대문이 다시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낮 시간 영업은 워라벨을 즐기려는 2030세대를 유입을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박중현 회장은 “고객들이 쏠리는 시간이 달라 영업 시간을 쉽게 결정할 수 없다. 동대문 시장 전체가 시너지가 나고 제품 콘셉이 다양해지고 고객입장에서는 비교를 할 수 있는 제품의 시너지가 나야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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