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코리아 파산 위기,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카파코리아 파산 위기, 협력업체 줄도산 우려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21.03.1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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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개 섬유협력업체, 못 받은 납품대금 120억원 
제품 빼돌리고 결재도 안 해…도덕적 해이 심각

직원 20여명이 근무하는 A사는 2018년 F/W부터 카파코리아에 15만장 이상 옷을 납품하고 32억여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S/S 제품 납품을 위해 사둔 원부자재 5억원은 갚아야 할 빚으로 남았다. 은행을 비롯한 2, 3차 협력 업체에 지불해야 할 자재 대금도 20억여원이 넘는다. 

카파코리아가 2월 기업회생절차폐지 신청을 하게 되면서 협력 중소기업들이 기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해 연쇄 부도 위기에 몰렸다. 작년 12월 기업회생 신청 당시 카파코리아의 채권자는 은행을 비롯한 협력업체·대리점주 등 총 318개 업체다.

작년 12월 경기도 광주소재 물류센터(위 사진)에 카파코리아에 납품한 의류와 용품박스가 잔뜩 쌓여 있다. 피해업체들은 “1월 초부터 이 물건들이 땡처리 시장에 풀려 물류센터가 텅텅 비었다”며 “물건이 팔렸는데도 대금 결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은행 등을 포함하면 전체 채권액은 600억원으로 추산된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표권 로열티(권리사용료) 금액도 일부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여개 협력업체의 피해 규모만 총 120억여원에 이른다.

문제는 카파코리아가 파산하면 납품 협력업체를 비롯한 원 부자재 업체가 위기에 직면해 줄도산 우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카파코리아의 무리한 제품 발주로 대금결제를 받지 못한 완제품 납품 업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원단에서 부자재까지 연쇄 타격
협력업체들은 2018년 F/W부터 일부 돈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는 아예 납품 대금을 받지 못했다. 일부 기업은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 

부산의 B 협력업체는 2018년부터 못 받은 신발 대금이 17억여원이다. 이로 인해 작년 8월 오더가 없어 업무를 중단했다. B사 대표는 “카파코리아 제품을 메인으로 생산해 타격이 더 컸다. 현재 중국 원부자재 업체로부터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납품 기업들은 은행 대출과 주변 지인들에게 융통한 돈을 갚아야 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다. A기업 대표는 은행 등에 갚아야 할 돈이 20억원이 넘고 자재대금은 12억원에 이른다. 또 다른 C 협력업체는 작년 옷을 납품하고 못 받은 돈이 14억여원이다. 

이 회사는 “작년 F/W 물건 납품을 위해 은행에서 빌린 10억원의 원금 상환 날짜가 지났다. 현재 3개월 연장해 놓은 상태다”며 “M&A와 기업회생 등 카파 대표를 믿고 F/W 제품까지 입고했다. 이렇게 한꺼번에 터질지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상황이 악화 된 데는 카파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돈 갚을 여력이 없는 데 무리하게 협력업체에 20F/W 제품과 21S/S 제품 오더를 했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물류창고 물건들 땡처리로 팔려 복구 불가
더 큰 문제는 카파코리아가 보유한 자산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A 업체 대표는 “기업회생 당시 카파코리아는 채권액이 600억원이었고 회생 자산신고를 370억원으로 했다. 물류창고에 있는 옷이 이미 담보물로 잡혀 있는 상황이었다”며 “작년 말과 올해 초 물류센터 창고에 있던 500억원 어치 물품은 3차례에 걸쳐 소비자가격의 10%대로 땡처리돼 팔려 물류창고가 텅 비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션기업 자산은 옷이 대부분이다. 자산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업체는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베스트 상품은 잘 팔렸다. 옷이 안 팔렸으면 제품이라도 있어야 하고 다 팔렸으면 돈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고 전했다.

■“브랜드 영속의지 없어 협력업체만 피해” 주장
카파코리아는 작년 8월부터 10월까지 2~3차례 M&A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그리고 작년 12월 2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냈다. 이후 올 2월 3일 회생절차 폐지신청했고 이틀 후인 5일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났다.

1월 카파코리아 경영지원본부가 협력업체에 보낸 이메일에 따르면 카파코리아는 상표권자인 이탈리아 본사로부터 계약불이행으로 카파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과 제품생산 소싱에 대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탈리아 본사는 카파코리아가 브랜드 독점 라이선스 권리(전용사용권)에 대한 로열티 미지급과 제품 생산 소싱에 대한 소싱피를 지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3년 카파코리아(당시 서하브랜드네트웍스)는 이탈리아 본사와 10여년 장기 라이선스 재계약을 체결했다. 

카파코리아는 “올 1월 상표권자인 이탈리아 본사가 라이선스 계약해지통보를 해왔다”며 “카파코리아는 3월 중순 파산 전환할 예정이다. 생산법인 SHBN 프로덕트도 3월에 파산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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