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Report-3] 우리는 사진 찍으러 이곳(더현대 서울)에 간다
[MZ Report-3] 우리는 사진 찍으러 이곳(더현대 서울)에 간다
  • 최정윤 기자 / jychoi12@ktnews.com
  • 승인 2021.02.26 2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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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찍으니까 (사진 화)각이 안 나오네. 저기(정원) 올라가서 찍자.” 분수가 떨어지는 분수대 앞 1층 TODS 매장 앞에 선 사람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을 직각으로 들고 있다. 건물 한가운데를 관통한 분수대를 찍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에 올리기 위해서다. 분수대 벤치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쉬고 있다.

#‘오랜만에 오프라인 아이쇼핑’ 인스타그램에 #더현대서울로 검색하면 뜨는 게시물 중 하나에 적힌 글이다. 더현대 서울은 MZ세대가 스스로 백화점에 놀러오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마시고 싶은 와인이나 사고 싶은 신발이 화려하게 진열된 장면을 찍어가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체험하고 온라인에서 최저가를 찾는 MZ세대 트렌드가 반영된 모습이다.

24일 프리오픈부터 새로운 백화점 풍경으로 관심받은 더현대 서울은 26일 사람이 가득한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주목받았다. 매장 면적을 줄이고 휴식 공간을 늘린 점에 호평을 받았다. 꼭대기층에 마련된 커다란 정원 벤치에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쉬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앉아서 쉴 수 있는 정원과 분수대 벤치를 마련한 점이 기존 백화점과 사뭇 다른 형태다.

백화점은 ‘물건을 편하게 살 수 있는’ 목적에 집중하는 장소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더현대 서울은 ‘멋지게 놓인 물건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에 가깝다. 최근 매장이 판매보다 경험과 홍보 중심의 장소가 된 흐름에 부합한다. 아마존과 협업한 자동결제 무인매장 언커먼스토어도 그 일부다.

백화점이라는 틀을 깨기 위한 건축 설계도 눈에 띈다. 시간이 흐르는지 모르게 쇼핑하게끔 모든 창문을 막았던 백화점 디자인과 달리 하늘이 보이는 전면 유리창을 천장에 배치하고, 반드시 한 층을 둘러봐야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설계했던 에스컬레이터 위치를 바꿨다. 어디서 봐도 바로 보이는 정원을 바라보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한 번에 올라갈 수 있다.

패션 전용층은 라이프스타일과 F&B 브랜드를 2개에서 4개 정도 집어넣고, 층마다 여성복, 남성복, 잡화를 구분했던 과거와 다르게 한 층에 한 번에 둘러보게 브랜드를 배치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구역을 나눈 점이 기존 백화점과 유사하다는 질문에 “남성과 여성 패션을 한 층에 위치하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답했다.

2층과 3층의 편집샵 형태 매장에는 계산할 수 있는 곳이 눈에 보이지 않아 결제 압박이 적은 편이다. 소비자 효율을 극대화한 설계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한 업체는 “젊은 사람들이 쉬었다 가고,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장소로 꾸미겠다는 더현대 서울 취지에 공감했다”며 “점주가 노트북을 두고 사무활동할 공간이 없는데, 앞으로 더현대 서울과 협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오픈하기 전부터 받은 관심에 비해 아쉬운 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더현대 서울을 다녀온 정민정(가명, 33)씨는 “아무것도 사지 않으면 주차비가 10분에 2000원이라 부담스럽다”며 “사람이 너무 붐벼 어느 카페나 식당을 가도 1시간 대기라 (제대로 즐기기 힘들어) 다음에 다시 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더현대 서울에 입점한 또다른 업체는 “오픈 초기라서 앞으로 매출은 지켜봐야할 것 같다”며 “지금은 사람이 몰리지만 3월이 지난 뒤에 (소비) 추이를 봐야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 측은 “2016년부터 지금의 더현대 서울 컨셉을 구상했다”며 “매장을 포기한 디자인이 단기적으로는 매출에 긍정적이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고객 생활의 질을 높이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상생 효과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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