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25)] 크로스드레싱을 추구하는 구찌의 새로운 방향전환
[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25)] 크로스드레싱을 추구하는 구찌의 새로운 방향전환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20.11.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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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성 정체성보다 인간 본질에 초점 맞춰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나 젠더 퀴어(Genderqueer)라는 단어가 트렌드 용어로 더 이상 새롭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패션은 물론 사회전반에서도 어느새 익숙한 말이 됐다. 그사이 젠더리스에 관해 일반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식은 계속 진화했고 최근에는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이라고 하는 새로운 코드도 들리기 시작했다.

크로스드레싱은 자신과 반대되는 성이 입는 옷 스타일을 따른다는 뜻으로 쓰인다. 사회가 지금까지 흔하게 성을 구분하고 인식해 오던 여러 용어들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에이젠더, 젠더리스, 트랜스젠더 등은 사람 성(性)을 중심으로 구별되는 용어였다.

이런 성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션스타일을 제안해 왔고 더 나아가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켜 왔다. 반면 크로스드레싱은 특정 개인의 옷 입는 방식에 집중한 것으로 개인의 성 정체성 보다는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본질적 의미를 생각하는 용어로 볼 수 있다.

두르질라 포에르
두르질라 포에르

자신의 성에 대한 확실성을 가진 한 개인이 크로스드레서가 된다는 데서 개인의 인생과 삶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트렌드로 읽힐 수 있다. 이전 사회에서 인류를 여성과 남성만으로 나눠 인정하던 것이 미래에는 한 개개인을 고려하는 세상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크로스드레싱처럼 기존에 익숙해진 방식과 반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너그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창의적일 것이라 여겨지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사람들은 외부에 보여지는 것과 달리 아직 작은 사회적 변화에도 서투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이탈리아에서도 최근 몇 년간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크로스드레싱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두질르라 포에르(Dursilla Foer)는 잔루카 고리(Gianluca Gori, 1967~)가 자기 자신을 다르게 표현하고자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스테파노 페리
스테파노 페리

이 가상의 인물은 가수, 모델 그리고 배우로도 활발히 활동하는 예술가로 무수한 패션지 모델로도 일하고 있다. 이렇게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두르질라 포에르라는 캐릭터의 배경과 인생은 실존하는 인물처럼 잘 꾸며지고 알려진 반면, 그의 실제 인물인 잔루카 고리라는 이름은 사실 찾아보기도 힘들다.

‘여자 옷을 입는 작가’로 알려진 스테파노 페리(Stefano Ferri, 1966~)는 최근 몇 년간 여성복을 입으면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 흔히 이런 성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가 보통 상상할 수 있는 트랜스젠더처럼 완벽히 여성스러운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비아 칼데로니
실비아 칼데로니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남성적인 본연의 모습에 여성의 클래식한 자켓, 타이트한 스커트와 심플한 검은색 데콜떼 구두만을 착용했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기도 한다. 그가 여성복을 입기 시작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실제로 다수의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의 곁을 떠났다는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그는 나이 들어 알게 된 가장 자신다운 삶의 방식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존 패션쇼 방식의 한계가 드러나자 구찌(GUCCI)는 기존의 방향을 바꿔 단편영화와 강력한 스타일의 퍼포먼스로 새 컬렉션들을 선보이고 있다.

거스 반 산트(Gus Van Sant) 감독의 미니 시리즈 영화 ‘Ouverture of Something That Never Ended’와 모투스 극장의 MDLSX쇼 등에서 구찌의 새 테스티모니얼로 캐스팅된 헝가리 출신의 여배우 실비아 칼데로니(Silvia Caldeloni)가 몇 시즌에 걸쳐 큰 활약을 하게 됐다.

사진=Pexel, Anna Shvets
사진=Pexel, Anna Shvets

그의 마르고 볼륨감 없는 신체와 여성적이지 않은 얼굴이 젠더리스와 크로스드레싱을 추구하고 있는 구찌의 새로운 방향에 잘 맞아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모습이 보이면서 그는 여러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반대로 그녀의 안드로진(Androgyne, 양성성) 한 성향을 인정하고 좋아하는 팬들은 실비아 칼데로니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성장할 수 있었음을 이야기하며 환호했다.

그들은 타인의 다름을 비판할 게 아니라 다른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렇게 미래의 패션 세대들은 겉으로 나타나는 모습만으로 상대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주관적이고 복잡한 속성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지할 수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우리는 최근 발생한 많은 변화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모든 변수들을 예측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변화들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대폭 움츠러든 패션 시스템에도 크고 작은 트렌드가 감지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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