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19)] 막스마라 미술관에 앤디워홀 작품이 없는 이유?
[차수정의 밀라노 스토리 (19)] 막스마라 미술관에 앤디워홀 작품이 없는 이유?
  • 편집부 / ktnews@ktnews.com
  • 승인 2020.09.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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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마라 창업자 아킬레 마라모띠가 설립
이탈리아와 세계 트렌드 보여주는 200작 전시

여름휴가가 끝날 즈음 레지오 에밀리아에 있는 콜레찌오네 마라모띠(Collezione Maramotti)를 찾았다. 레지오 에밀리아시(市)는 리네아펠레로 유명하던 볼로냐에서 가까운 도시다. 이 미술관은 막스마라라는 거대 기업이 자리잡은 레지오 에밀리아시의 손꼽히는 문화 유산 중 하나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실 이 미술관이 세계 굴지의 패션하우스 막스마라의 설립자이자 이 지역 예술 애호가인 아킬레 마라모띠(Achille Maramotti)에 의해 만들어진 장소라는 것 외에 특별히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 크게 없었음을 고백하고 싶다.

콜레찌오네 마라모띠 미술관은 8월 15일을 전후로 2주 정도 휴관하는 관계로 날짜가 엇갈려 포기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올해 8월말경 미술관 예약이 가능한 것을 보고 사실 큰 기대 없이 온라인 예약을 마쳤다.

하지만 미술관을 둘러보는 사이 그 날은 정말 즐겁고 행운이 가득한 날임을 깨닫게 됐다. 여러 다른 시대를 거쳐 모아진 중요하고 다양한 예술작품과 잘 아우러진 내부 전시 공간은 말할 것도 없고 넓은 미술관 외곽에 자리잡은 정원도 마치 시간여행을 하듯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2007년 공장 이전 후 그 자리를 보존해 자신이 모아오던 예술 소장품을 대중에게 무료로 선보이기로 한 설립자와 그의 가족들에게도 이 장소가 아주 특별했을 공간이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막스마라는 총 23개의 컬렉션을 진행해 오며 여러 연령대의 여성 타겟을 전문적으로 구분 공략해 2016년 기준 14억30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린 패션 대기업이다. 아킬레 마라모띠가 1951년 창업한 막스마라는 지금 미술관이 있는 자리에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1957년 지금의 건축형태로 설계되고 향후 10년간 2회에 걸쳐 증축됐는데 자연환기 및 조명에 중심을 둔 이 디자인은 당시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혁신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남아 있는 건물 중앙 외부에 설치된 화장실의 외곽형태를 보면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기업 확장으로 2003년 레지오 에밀리아 외곽으로 회사가 이전되면서 영국 건축가 앤드류 합굿(Andrew Hapgood)이 합류해 기존 건물을 전시공간으로 적절하게 변형하게 되었다. 지금도 공간 내부는 시멘트 구조물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고 2층의 기름때로 얼룩진 오래된 바닥재는 공장의 이전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이탈리아에서 ‘피아노 테라’라고 부르는 1층에는 미술관 리셉션 외에 기획 전시공간이 2개로 나눠져 있고 나머지는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과 회사의 역사적 아카이브 보관실 및 재단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실이 자리잡고 있다. 이전 막스마라의 모든 사무업무를 담당하던 사무실이 있었던 2층과 내부 공장이 자리했던 3층은 재단의 상설 전시 공간이 되었다.

2층에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이탈리아와 유럽 출신 예술가들의 회화와 조각품들이 모여 있다. 3층에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미국과 유럽에서 건너온 작품들이 상설 전시돼 있다. 200여점 넘는 작품들 중에는 당시 이탈리아와 국제 예술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중 1950년대 표현주의와 추상주의의 몇몇 중요한 작품과 1960년대 후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비체계적인 게릴라 형식의 단순한 예술 아르떼 포베라(Arte povera)의 작품들이 전시돼 그 다양함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3층에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신 표현주의 작품과 1980~90년대 미국의 새 기하학 트렌드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많이 있다.

1층 중앙의 계단을 올라가면 2층 전시관에서는 작품 연대와 예술적 트렌드에 따라 2개 층에 배치된 총 43개의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그리고 각 층의 작은 공간을 돌아 다시 중앙홀로 돌아와서 관람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는 19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작업된 설치물과 조형물들이 꾸며지지 않은 공간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 공간은 1970년대에 모습 그대로 재건돼 프리젠테이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콜레찌오네 마라모띠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나 일상에서의 구속이 있기 전부터 예약된 방문객에 한해 전문가와 동반 입장 관람만을 허용해 온 미술관으로도 유명하다.

3층의 국제 미술품들을 보고 나왔을 때 왜 앤디워홀의 작품을 한점도 구입하지 않았는지 한 방문객이 물었다. 담당자는 별다른 설명없이 대답했다. “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들 중 앤디워홀의 작품은 단 한 점도 없네요.”

사실 아킬레 마라모띠의 개인적 취향이었을 수도 있고 모두가 선호하는 스타 예술가보다는 공장 구석구석에 걸려있던 다른 기존의 예술 작품들처럼 자신만의 개인 취향을 따라 작가와 미술품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설명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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