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무관심을 불러온 ‘그들만의 리그’ 
[한섬칼럼] 무관심을 불러온 ‘그들만의 리그’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20.07.03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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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섬유교역 매년 증가
한국만 5년째 뒷걸음질
전대미문 위기의 시절에
차기 회장 추대 논의 본격화
진정한 리더십을 기대한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찾아보니 2019년 한국의 직물(Textile)과 의류(Clothing) 수출은 119억1900만불로 세계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글로벌 1위는 중국이다. 작년 2763억74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렸다. 2위 독일(388억5300만 달러)과 비교해도 현격한 차이다. 근소한 차이로 이탈리아와 베트남이 뒤를 잇고 있다. 

안타까운 점은 상위권 국가 대부분은 섬유류 수출이 증가 추세인데 한국만 2015년을 정점으로 계속해서 내리막 길을 걷는 부분이다. 최근 3년간 실적을 봐도 한국만 마이너스 성장했다. 독일과 베트남은 각각 26%, 25% 수출이 늘었다. 이탈리아(14%), 중국(5%)도 상승세를 탔다. 같은 기간 전세계 직물 및 의류 교역량이 크게 증가한데 힘 입은 탓이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시절이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세계 경제는 호황을 누렸다. 유독 한국만 호황의 길목에서 방향을 잃고 뒷걸음질쳤다. 극심한 내수 불황에 경제 환경을 옥죄는 반기업적 규제와 고용정책이 기업들 운신의 폭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눈과 귀를 가리고 있지만 바로 직전만 해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화평법·화관법 같은 환경규제로 기업들은 신음했다. 당장 내일의 안부(安否)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하물며 6개월 후 또는 1년 후 앞날을 점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어려운 시기다.

희망이 없지는 않다. 매출 감소폭이 전년대비 90%까지 급전직하했지만 기업은 재빠르게 언택트(Untact) 국면을 온택트(Ontact)로 전환해 위기 극복에 나섰고 향후 2년은 걸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단 두 달 만에 일궈내는 저력을 보이고 있다.

수출길이 막혀 공장은 일시 휴업에 들어갔지만 그 역경 속에서도 세계 틈새 시장을 뒤집고 방호복과 의료용 가운, 마스크 생산으로 활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사태는 아직도 현재진행이지만 이 위기가 언젠가는 극복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뒤따른다.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기업들 각자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한 점(dot)에 힘을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의 확립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능케하는 구심력(求心力)은 어디서 나오는가. 

섬유패션 업계는 그 동안 추대위원회를 구성하고 만장일치 합의를 바탕으로 차기 회장을 선출해 왔다. 한 때 경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스트림간 대립과 분열이 우려돼 만장일치 추대라는 관행이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올해 차기 회장 추대 과정을 보노라면 과연 이 관행이 지금도 유효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한다. 

한국 섬유패션산업은 위기의 순간에 산업을 이끌어 갈 수장을 새로 뽑는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는 중이다. 지난 한 주 업계에는 확인되지 않은 설들이 난무했다. 당사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 알 수는 없지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이런저런 추측이 무성했다. 열려 있는 귀에는 당연히 많은 말들이 들어온다. 

안타깝게도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은 ‘무관심’이다. 생사기로 앞에 놓인 위급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예년이라고 별다르지는 않았다. 절차적 정당성과 합리적 논의의 실종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산업이 세분화되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면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은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고차 방정식 풀이가 됐다. 그러나 고통스럽다고 해서 이런 과정이 생략되어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을 하나로 뭉칠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현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차기 회장 추대위는 난국을 타개할 의지와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가진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 이 논의가 또다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서는 안된다.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뜻을 존중할 수 있도록 폭넓은 논의가 바탕에 깔려야 한다. 어쩌면 이번이 차기 회장 만장일치 추대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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