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외교협회 이준규 회장 - “외교는 국민 납득시키는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
■ 한국외교협회 이준규 회장 - “외교는 국민 납득시키는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
  • 김종석 기자 / jskim118828@ktnews.com
  • 승인 2020.03.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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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외교는 나쁘지만 ‘눈치 보는 것’은 외교의 기본
국가 자존심만 앞세우면, 국익 해치고 협상에서 손해
코로나19는 한중일 3국 공동의 적
감정 자제하고 상호 협력 대응해야

국내 섬유패션 기업들이 생산기지 이전을 통해 글로벌 생산 인프라를 빠르게 갖추고 있으나 해외 진출과 이에 따른 글로벌 마케팅 전략은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 섬유패션산업은 시장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가속화 했지만 목적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981년 창간, 40여년 역사를 가진 본지는 정보의 범위를 주변국으로 다양화해 섬유패션 산업 위기 탈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게 기사의 초점을 맞추려 한다. 정부 외교가 섬유패션산업과 무관한 듯 보이지만 주변국 상황이 수출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이번에 외교전문가 집단인 한국외교협회 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진=정정숙 기자

- 한국외교협회 회장 취임을 축하한다. 한국외교협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개인적으론 영광스럽고 명예롭게 생각하고 있다. 한국외교협회는 외교전문가 집단 조직이다. 2000여명의 전·현직 외교관이 회원으로 있다. 국제외교를 잘 이끌어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설립 취지다.

정부가 외교정책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 수 있는 정책 제언을 하기도 하고 국민들이 외교를 좀 더 잘 알고 외교정책에 대해 이해하실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하기도 한다.”  

- 코로나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논란이 많다.
“중국정부의 초기대응 실패와 투명성 결여는 다른 나라들의 불신을 초래했고 많은 나라가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전염병만 통제해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문을 닫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입국 전면통제 주장은 한결같이 전염병 통제의 효과만 얘기하고 폐해나 후유증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 부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시진핑 방한에 목을 매느라 냉정한 판단을 그르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외교는 국민을 납득시키면서 나가야 하는데 너무 앞서 가거나 타이밍을 놓쳐서도 안된다.

이런 경우 국가 지도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하다. 여론에 이끌려서 하는 외교는 국민 입장에서는 손해일 경우가 많다. 모든 외교의 중심은 국익이다. 중국은 우리와 경제 정치 안보면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따라서 중국과 문제가 생겼을 때 한 부분만 따로 떼서 독립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중관계의 다양한 면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단, 정말 중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사대정신으로 중국 눈치를 보고 결정을 한다면 그것은 눈치외교 여부를 떠나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항상 냉정한 이성이 필요하며 코로나 종식 이후 경제적 폐해까지 고려해야 한다.”

- 일본에 대해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무비자 입국 중단을 실시했다.
“한일관계는 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시기로 보인다. 일본 무비자 입국 불허는 상호주의 관계에 입각했지만 기계적으로 상호주의를 작동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문제다. 한일관계는 양국의 현안들을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갈 경우 건전한 한일관계의 기초를 닦기 힘들다.

일본이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고 거기에 맞는 말과 행동을 해주면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 방안이다. 그렇지만 일본이 공식적으로 많은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눈에는 그것이 진정성 결여로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또 원죄가 일본에게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일본은 이웃나라이고 국제사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나라다. 일본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 한일관계에 있어 우리가 이익이 되는 쪽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끌고 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한중일 관계가 더 어려워졌다. 해법은 있는가.
“지금은 공동의 적이 ‘코로나19’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같이 협력하며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 현실을 한번쯤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현실을 냉정히 인식할 필요도 있다.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그것만 우선하면 국익을 해칠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가 국제규범이나 약속을 어겨서도 안돼고 반대로 상대국이 원칙과 약속을 어겼을 때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외교는 서로가 윈-윈 할 때 비로소 성립된다. ‘눈치외교’를 나쁜 외교의 대명사처럼 쓰고 있지만 사실 ‘눈치 보는 것’은 외교의 필요조건이고 본질이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약소국들이 일방적으로 강대국들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지금은 큰 나라들도 작은 나라 혹은 국제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모든 국가가 ‘눈치 보지 않는’ 외교를 한다면 그것은 좋은 외교일 수 없다. 용어 자체로는 좋지 않게 들리지만 외교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보기에 멋있게 보이는 외교관은 실제로는 국익에 도움이 안될 때가 있다. 강경하게 싸우다 협상이 결렬되면 그때는 자존심을 세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협상에서는 손해를 볼 것이다.”

- 직업외교관으로서 40여년 근무했다. 많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다.
“뉴질랜드는 영국의 뒷마당 조그만 텃밭처럼 생산되는 농산물을 전부 영국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농민 입장에서는 자생능력이 없었다. 그러던 중 영국이 EC(유럽공동체, 현재 EU)로 합류되고 예전처럼 구매할 수 없게 되면서 뉴질랜드는 곤경에 처했다.

이때 정부는 보조금으로 농민을 지원했다. 뉴질랜드는 400만 인구에 양이 4000만마리였다. 정부는 양 숫자만큼 보조금을 지원했다. 그런데 농민들은 스스로 정부를 찾아가 보조금 전액 삭감을 요청했다.

당장은 막막했지만 이때부터 달리 살아갈 방법을 찾게 되었고 지금의 뉴질랜드가 되었다. 낙농 협동조합 폰테라(Fonterra)를 만들었고 90년대 중반부터는 와인사업도 준비했다.

한국은 섬유경기가 활황을 끝내고 어려움을 겪을 때 국가 보조금이 산업을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정부주도보다 확실한 자체 구조조정을 해서 자생능력을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절실함이 있으면 해결책은 보이게 마련이다.”

- 평소 소통을 많이 강조하는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한국외교협회 회장을 맡으면서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전·현직 회원들과 소통이었다. 외교부 청사 근처의 소박한 삼겹살집에서 선후배들이 만나 얘기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이 집은 젊은 외교관일 때부터 구내식당처럼 자주 이용하던 곳이다.

작년에 갓 들어온 직원들과는 무려 40여년 차이가 난다. 꼰대 소리 들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런 저런 얘기속에 세대차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40년 가까운 외교관 생활 중 재미 있었던 에피소드 얘기도 하고 후배들 얘기도 들으면서 우리 때와는 다른 직장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소통은 대화하고 서로 이해하며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기다려서 상대방이 귀를 열고 들을 준비가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논리로 설득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스스로 이해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나도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 향후 3년간 협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계획인가.
“지금은 외교가 직업외교관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됐지만 외교전문가의 역량을 적극 활용하고 극대화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외교정책 하면 다소 멀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외교정책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고 국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 외교를 발전시키는데 협회 차원에서도 구상하고 있는 계획들을 잘 실행해 나갈 생각이다.”

[약력]
2020. 01~ 제22대 한국외교협회 회장 
2019. 02~ 인도포럼 회장
2016. 07~ 주일본 대사 
2012. 09~ 주인도 대사 
2010. 08~ 제31대 외교안보연구원 원장
2006. 09~ 주뉴질랜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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