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엘킴벡 ‘스튜디오 핸섬’ 대표 - “Z세대? 분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 조엘킴벡 ‘스튜디오 핸섬’ 대표 - “Z세대? 분석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9.11.0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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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패션, 미국서 현지화 부족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긴밀한 유대관계 맺어야 성과

스튜디오핸섬(STUDIO HANDSOME)은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 에이전시다. 조엘킴벡(Joel KimBeck, 39) 대표는 한국과 미국, 일본을 오가며 유명 대기업 패션·뷰티 브랜드 이미징 및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기네스 팰트로, 조쉬 하트넷 등 미국 헐리우드 스타, 베라왕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실력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조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인 3세대면서 일본인 어머니를 둔 까닭에 그의 피 속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직업이 그렇지만 조엘 대표는 특히 한국과 문화적 산업적 연관성이 높은 주변국 대중 문화 이해가 빠르고 정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와 함께 최근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패션과 문화의 흐름을 짚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한국 사회는 Z세대 분석에 열중하고 있다. Z세대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Z세대는 제일 기대가 많은 세대라고 한다. 이전 세대 즉, 밀레니얼까지는 큰 조류가 완성되지 않은 과도기적 시기였다면 Z세대는 개념적으로 어느정도 완성형의 세대가 나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마케터들은 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큰 관심을 갖고 대비하고 있다.

Z세대 분석에는 코드(code), 해독 같은 난해한 단어들이 등장한다. 이전 세대들은 교집합이 있었는데 지금 Z세대는 그런 게 없다. 이들은 아이패드가 없었던 시대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음악은 원래부터 CD가 아닌 파일화 된 것이며 소유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부류다.

어른들은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살면 외롭지 않으냐고 하는데 이들은 외롭다는 컨셉트 자체가 다르다. 자유와 익명성 같은 뜻도 다르게 이해한다. 기성 세대가 그렇게 규정짓는 걸 강요로 받아들인다. 분석하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 ‘나를 분석하지 말고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면 안돼?’하는 거다.”

-이전 세대와 차이점을 규명하기 어렵다.
“미국 젊은이들은 스냅챗을 지나 지금은 위스퍼(익명 기반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많이 쓴다.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에 온갖 부끄러운 과거를 남긴 스타들이 예전 자료로 지탄받는 것을 보고 배웠다.

그런 건 절대 따라하지 않고 아카이브(개인의 지난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젊을 때 먹고 살만큼만 벌어 40대가 되면 빨리 은퇴하고 하고싶은 일을 하겠다는 성향이 강하다. 기성세대는 이유를 묻고 그럴리 없다고 한다. 교육이 잘못됐다, (젊은 세대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는 식으로 분석한다.

그러면 Z세대는 꼰대 같다고 생각한다. 알려고 하고 분석하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 없다. 그냥 여유 있게 살고 싶은 의지의 표출이라는 것이다. 젊은 나이에 좋은 직장을 그만두면 기성세대는 더 좋은 곳으로 스카우트됐거나 (회사를 차려) 독립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정작 본인은 힘들어서 그냥 안 하는 거라고 대답한다. 묻고 분석하는 걸 간섭이라고 생각한다. 좋고 나쁜 걸 떠나서 다르다는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들은 공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베르사체 구찌 같은 향수는 아저씨들 문화로 보고 나만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니치(niche) 향수를 선호한다. 만약 어릴 적 인도에서 살았다면 이끼가 있고 물이 흐르는 그 때 주변의 상황과 느낌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경험과 향수(nostalgia)를 떠올릴 수 있는 제품을 좋아한다.

가격은 문제 안된다. 별거 아니라도 디테일에, 그 사람에 맞는 배려를 해주면 크게 감동한다. 섬세하다고 할까? 이런 세대를 매혹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조엘 대표는 뉴욕을 기반으로 패션뷰티 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현지 패션 주류시장에서 한국 디자이너는 눈에 띄지 않는다.
“많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뉴욕에서 컬렉션을 연다. 뉴욕에서 컬렉션이 끝나면 연달아 런던 밀라노 파리까지 대장정이 이어지고 모두 마치면 5월쯤 된다. 그때 돌아보면 한국 디자이너는 어느 곳에도 없다. 이때부터 에디터, 바이어들은 눈여겨 본 컬렉션이나 디자이너와 컨텍하고 비즈니스를 이어간다. 한국 디자이너는 쇼라는 컨셉만 중요하다. 남의 나라에 와서 자기 할 일만 하고 돌아가는 셈이다.

미국은 돈을 버는 곳에서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지역사회에 기부도 하고 인간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이런 현지화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US보그의 안나 윈투어(‘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실제 인물, 보그 전 편집장), 앙드레 레옹 탈리(보그 전 편집장) 같은 유명 디렉터들이 해 준 말이다. 마치 동남아 노동자가 한국에서 돈 벌어 본국에 돈 보내고 지역사회에는 기여하지 않는 것과 같다. 디자이너간 지역사회간 교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K패션, K뷰티 유명세가 높다. 여전히 부족한가.
“미국에서도 K패션, K뷰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치고 나가는 브랜드는 없다. 패션, 뷰티라는 장르만 알지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떠올릴 만한 것이 없다. 마스크 팩을 보자. 장르적으로는 인기 있는데 과연 브랜드가 뭐가 있나 생각하면 없다. 10년 넘게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직도 발굴만 하고 있는 느낌이다. 하나가 선두에서 치고 나가면 뒷 주자가 궁금해지고 그러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약하다고 본다.

시장 접근법도 바꿔야 한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미국에서 쇼를 할 때 완성도가 떨어진다. 나중에 본 상품이 나올 때 잘 만들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현지 시장은 오히려 반대다. 실제 옷보다 3배쯤은 더 좋게 만든다. 실제 상품은 다운 그레이드 되더라도 최선을 보여준다.

쇼를 보는 사람들은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이들이 지름신이 내려서 그 물건을 갖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현지에서는 리씨(resee, 다시 본다는 뜻)라고 하는데 컬렉션이 끝나면 다음날 하우스로 프레스, 바이어를 초청해 실제 만지고 느끼도록 한다. 한국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리씨하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조엘 대표는 2012년 저서 ‘패션뮤즈’에서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세대들은 깊게 생각하고 분석하기 보다 SNS에서 트렌드를 확인하고 예쁘다고 느끼고, 바로 구매한다. 이들 지갑을 여는 것은 패션 브랜드나 미디어가 제시하는 무거운 메시지보다 직관과 본능, 의식의 흐름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처음부터 구매가 목적인 경우가 많지만 SNS를 통한 쇼핑 행위는 처음의 목적과 최종의 결과가 다른 구매가 된다. 쇼핑의 목적이 아닌 사람에게서도 구매 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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