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패션] 공공공간 - “윤리적패션, 대중과 접점 넓히고 매스마켓으로 나갈 때”
[윤리적 패션] 공공공간 - “윤리적패션, 대중과 접점 넓히고 매스마켓으로 나갈 때”
  • 정기창 기자 / kcjung100@ktnews.com
  • 승인 2018.08.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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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간(OOOgan)은 지역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한다는 가치를 화두로 출발한 사회적 기업이다.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기반으로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봉제산업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낮은 임금과 근로환경 개선, 일감확보 같은 구조적 문제까지 관심사를 넓혀왔다.

대부분 윤리적패션 기업이 그랬듯 공공공간도 뜻은 좋았지만 당초 품었던 원대한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그 영향력이 미미했다. 신윤예 대표가 지속가능 성장으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전시회에 나가면 공공공간의 윤리적패션 제품에 많은 사람들이 흥미를 보였다. 그러나 소공인들과 일감을 나누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울 인근만 해도 봉제공장이 수만 곳에 이르는데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일감만으로는 지역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일감을 연계해도 실제 생산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디자이너는 한 스타일 당 20~50장을 주문한다. 동대문 도매를 대상으로 생산하는 공장은 생산성이 떨어져 안 하려고 한다. 일을 맡아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니까 품질 떨어지고 가격은 올라간다. 소비자 가격은 올라가는 반면 만족도는 떨어져 결국 이탈하게 되더라.”

공공공간은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했다. 그 중 모듈 생산이 한가지 방법으로 떠 올랐다. 가방, 앞치마, 셔츠 같이 비교적 단순한 아이템의 스타일(패턴)을 통일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반면 그래픽과 프린트 같은 디자인 요소를 다양화 해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아이템 당 20~50개에 불과하던 제품을 200~300장씩 묶어 오더를 주니 비로소 봉제공장도 제대로 된 일감으로 인식했다.

■ 뜻은 좋았지만 영향력에는 한계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공공공간이 있는 창신동 일대만 하더라도 이정도 일감으로는 지역 산업을 일으켜 세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공공공간이 지역 영향력 확대와 봉제산업 부흥을 위해 올해 하반기 새로운 지속가능형 사업 모델을 선보이는 배경이 됐다.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이 서로 상생하는 ‘위드 굿즈(With Goods)’라는 온라인 플랫폼이 그것이다.

가령 대량 생산이 가능한 가방 패턴(모듈)을 정해 주고 여기에 그래픽과 후가공을 달리해 여러 가지 디자인을 올리면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이 인기투표 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선정된 1위 상품에는 상금을 주고 후순위 상품들을 한데 묶어 아이템당 수백개~수천개씩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생산과 배송까지 초보 창업자들이 애로를 겪는 문제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과 유사한 방식이긴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더 중시한다는 데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사업자가 디자인에서 생산 배송까지 모두 다 처리한다. 이런 과정을 잘 몰라 힘들어하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생산을 모르니 공장에 보내는 작업지시서도 생소하고 원가 계산조차 못한다. 배송을 안 해 봤으니 고객관리도 안 된다.

분명히 돈을 받고 팔았는데 나중에 보니 손해만 봤다는 사례가 많더라. 공공공간은 지난 6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이런 일들에 익숙하다.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이 강점을 가진 디자인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관리는 플랫폼 사업자에게 맡김으로써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나게 된다.”

공공공간은 디자이너가 가져가는 몫을 30~40% 정도 되도록 원가 구조를 설계했다. 단순히 디자인만 하고 생산과 배송은 위탁하는 방식임에도 이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획기적이라고 할 만하다. 신윤예 대표는 이를 두고 “지역 소상공인들과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서로 가치를 주고 받으며 올바른 생산 생태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공간은 올해 안으로 이렇게 모듈화된 아이템 10여종을 개발할 계획이다. 투웨이 가방, 제로 티셔츠 같이 마켓에서 잘 나가는 소위 킬러 아이템을 우선 선정했다. 현재는 주변 11개 봉제공장과 일하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 잘 되면 협력 공장은 수백개까지 늘어나고 참여 디자이너는 2000~3000명까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역 봉제산업 일으키는 新사업모델 구축
윤리적패션은 그동안 선언적 의미에 그쳐왔다.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본질에는 충실했지만 이를 확장할만한 수단과 영향력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자 윤리적패션 기업으로서 지속가능 사업모델이 절실해진 배경이다.

신윤예 대표는 “‘기존 페어트레이드(fair trade, 공정무역) 제품은 가격이 비싸도 사야 돼’라는 강매에 가까웠다”며 “윤리적패션도 이제는 매스마켓(mass market)을 지향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적패션은 이제 더 이상 특별(special)하지 않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개념 있는 사람이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윤리적패션 제품을 샀는데 품질과 가격까지 좋아야 메스마켓으로 갈 수 있다”고 단언했다. 신 대표는 우리 기업들이 윤리적패션을 받아들이는 개념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 윤리적패션이 니치 마켓에 머무른 이유는 대중과 접점이 너무 적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용 자체가 쉽게 이해되지 않고 가격이 비싸 진입장벽도 높다. 일반인들에게 더 쉽게 다가가야 한다. 순혈주의에 빠지지 않고 이슈를 확산시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 내야 일반인이 쉽게 공감하고 시장이 커진다.”

공공공간은 10월까지 온라인 플랫폼 ‘위드 굿즈’ 최종 테스트를 마치고 내년 초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경기부진으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못 찾는 청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용화하고 이를 지역 소상공인과 결합해 지속적인 상생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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