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상승에 밀려나는 섬유 예술가들…설 땅은
임대료 상승에 밀려나는 섬유 예술가들…설 땅은
  • 정정숙 기자 / jjs@ktnews.com
  • 승인 2016.10.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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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은 젠트리피케이션(낙후지역이 번성하면서 저소득층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에 운다
SPA브랜드·대형 프랜차이즈가 상권 장악

[폐해] 최근 기자가 찾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길에는 드문 드문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아틀리에길로 불리는 500m에 이르는 서울숲 2길은 가죽 공방, 카페, 공정무역을 하는 매장, 사회적 기업 등이 들어서 있다.

한 공방 주인은 “이곳은 1년 전 2000만원이었던 월 임대료가 6000만원까지 올랐다. 연예인들이 건물을 샀다는 말이 나돌면서 많이 오른 것 같다. 2년의 임대계약 기간이 끝나가는 데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주말에도 음식점과 카페 등을 제외한 대부분 매장이 높아진 임대료 만큼 매출이 오르지는 않았다. 미래가치를 보고 들어온 사람이 많다. 신진 디자이너나 공방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들은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대료가 저렴한 도심에 독특한 분위기의 갤러리나 공방, 소규모 카페 등의 공간이 생기면서 독특한 패션거리나 문화거리 등을 형성한 아티스트, 중소상인들이 그 지역에서 밀려난다.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SPA브랜드나 대형 프랜차이즈가 상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상권이 붕괴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서울 홍대, 가로수길 등은 이미 SPA와 대형 브랜드가 메인 거리를 차지했다. 가로수길 패션거리를 형성했던 편집샵과 신진 디자이너 매장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싼 세로수 길 등으로 밀려났다. 홍대상권은 뮤지션과 젊은 예술가 아지트 같은 인디문화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성수동, 경리단길, 망원동이 핫플레이스로 부각되면서 기존 독특한 문화를 만든 예술가들이 길을 잃고 있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홍대 상권 1㎡당 임대료는 5년 전(2011년)에 비해 32% 상승했다. 지난 2분기 임대료는 3만4900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가로수길은 46%, 성수동1가는 59% 올랐고 연남동은 119%로 대폭 상승했다. 홍대는 2014년 1분기는 2001년에 비해 98% 까지 올랐다가 올해는 30%대에 머물러 있다. 새롭게 떠오르는 성수동과 연남동은 임대료가 급상승하고 있다. 성수동 1가는 2분기 1㎡당 임대료는 3만236원을 기록했다. 실제 시장가격은 더 높게 형성되고 있다.

수제화거리 등 공장들이 많은 성수동은 최첨단 IT산업과 제조업 등 전통산업이 기반이 돼 가죽, 패션을 바탕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이 모이고 있다. 1970년대 정미소였던 대림창고는 지금은 각종 패션쇼나 전시회가 열리면서 이색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뚝섬역에서 가까운 서울숲 인근 길은 사회적 기업, 아티스트, 젊은 창업가들이 입주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다.

성수동에 쇼룸이 있는 신진 디자이너는 “공장이 가깝고 강남을 나가기도 좋다. 임대료가 싸면서 서울숲이 인근에 있는 등 지리적 위치가 좋아 이곳에 오게 됐다. 점점 올라가는 임대료 때문에 걱정이다”고 말했다.

성동구, 주민협의체 결성 “민·관 협력으로 지역 가치 지킨다”
서울숲길·방송대길·상원길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

[방지모색] 기존 동네를 새롭게 재생시킨 젊은 문화 예술가들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성동구 지역주민이 뭉쳤다. 성동구청은 지난해 전국 최초로 상호협력 주민협의체를 구성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임대료 안정을 위한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상권 안정의 마중물 역할에 나선 것이다.

성동구청은 지난해 10월 임대료가 높아지고 있는 서울숲길, 방송대길, 상원길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해 조례를 만들었다. 지역 발전이나 복지에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자문하는 뉴욕시의 커뮤니티보드(Community Board) 개념을 차용해 주민협의체를 만들었다. 뉴욕의 커뮤니티 보드는 시민과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위원회다. 예를 들면 ‘행당동 구역은 한양대가 있기 때문에 행당동, 사근동 구역에는 어떤 영업장이 들오면 안 된다’라는 구체적인 입점업체까지 제한하고 있다.

자율 상생 협의체인 주민 협의체는 건물주, 임차인은 물론 사회 경제기업가, 문화 예술인 등 지역활동가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지속가능발전구역 안에서 추진 사업 협의와 지역상권 보호 및 신규 입점 업체 업소 조정 등을 조율해 나갈 예정이다.

성동구는 지방자치단체간 행정협의회를 구성해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12월에는 지역상권 안정화를 위해 건물주·임차인·성동구가 상생을 약속하는 자율 협약을 체결했다. 4월 현재까지 성수동 지역의 255명 건물주 중 134명이 동참해 60% 가까이 뜻을 모았다. 입점업체에 대한 지역상권을 파괴할 수 있는 입점업체를 제한해 지역 상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안심상가를 조성해 영세상인들이 안심하고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건물주와 임차인간 임대료 안정 상생협약을 체결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성동구는 올해 1월 1일 전국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구는 局長급 기구인 지속가능도시추진단을 신설하고 산하에 지속발전과, 도시재생과를 구성했다. 서울형 도시재생시범사업을 추진하며 성동구를 사회적 경제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주민협의회 송규길 위원장은 “주민 협의체는 협의 자문역할을 하는 공동체인 만큼 한 명 한 명 주민 의견이 중요하다. 모두가 동참하고 의견을 내놓고 소통해야 한다. 민관이 함께 소통 협력해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는 성수동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한꺼번에 내놓지 말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력해 상생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주민협의체는 올해 초 구성돼 현재는 여론수렴 및 상생발전을 추진할 주민조직 체계를 갖췄다는데 의의가 있다. 지난 5일 홍익표의원이 대표 발의한 ‘지역상권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면 더욱 활발한 활동이 전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지역생태계 보호의 제도적 기반 구축과 건물주·임차인·주민·지역활동가 등 지역공동체가 상승한 지역 가치를 다같이 공유하자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수동 서울숲길의 공방 주인은 “최근 일년 사이에 월 임대료가 2~3배 올랐다. 당장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성동구와 함께 MOU 등을 맺었지만 부동산 거래는 건물주와 임차인의 사적 계약문제라는 점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실효성에 회의적인 반응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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